매일경제 (1/25일)

하이젠모터 "냉장고•펌프 모터는 우리가 최고"
신성장 동력 전기차용 모터 연내 개발

 
 
김재학 하이젠모터 대표가 경남 창원시에 있는 공장에서 모터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경남 창원시에 있는 하이젠모터 공장. 3만2000㎡가 넘는 이 공장에서 모터를 연간 80만대 생산한다.

 굉음을 내는 육중한 기계들이 생산라인을 따라 줄지어 있는 공장에서 8000개에 육박하는 다양한 모터가 제작된다.

엘리베이터, 펌프, 냉장고 등에 사용되는 범용 모터는 대량 생산설비를 통해 대부분 공정을 거친다.

김재학 하이젠모터 대표(63)는 "10년 전 구축한 설비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경제적 감가상각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가격경쟁력과 클레임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품질경쟁력이 하이젠모터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공정 중간중간에 생산 직원들이 모터를 정교하게 다듬는다. 김 대표는 "숙련공 손길이 모터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우리 공장 직원들은 10년 이상 이직 없이 생산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들이 쉽게 우리 제품 품질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젠모터에 캐시카우가 되고 있는 것은 소형 모터 부문이다. 국내 모터 생산 1ㆍ2위인 현대중공업과 효성중공업이 중대형 모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 하이젠모터는 소형 모터 부문 선전으로 전체 범용모터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25%를 보이고 있다. 국내 모터 생산 3위에 해당한다.

김 대표는 "2009년 매출액 628억원에서 2010년 780억원으로 24% 성장했다"며 "올해는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하이젠모터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것은 전기차모터와 서보모터, 고압모터 등이다. 서보모터는 자동화설비에, 고압모터는 대단위 산업 생산라인 가동에 각각 사용된다. 아직 서보모터와 고압모터 부문에서 하이젠모터 국내시장 점유율은 각각 10%수준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저가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서보모터 연구개발 인력을 5명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등 서보모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이젠모터가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는 전기차모터다. 2020년 전 세계 전기차시장은 500만~10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정부와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이젠모터는 지난달 현대차와 함께 전기차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기차 개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일본 모터는 정교하지만 비싸고, 중국 모터는 안전성 문제로 아직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이젠모터가 전기차 시대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젠모터가 대기업인 현대중공업과 효성중공업에 앞서 전기차 모터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최고경영자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계공학 박사이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 출신인 김 대표는 서류나 대면 보고를 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를 받고 즉시 의사결정을 내린다. 여러 단계를 통해 보고가 이뤄지는 계층형 의사결정 대신 말단 직원에게도 직접 보고를 받는 수평형 의사결정을 구현하는 것이다.

하이젠모터 전신은 LG전자 모터사업부다. 2000년 외환위기 때 LG전자는 다국적 승강기 전문기업인 오티스에 모터사업부를 매각했다. 오티스 역시 엘리베이터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했기 때문에 모터사업부를 2008년 국민연금펀드, 하나은행펀드, 김재학 대표 등에게 매각하면서 지금 하이젠모터가 탄생했다.

하이젠모터는 김 대표 취임 이후 직원 수가 130명에서 200명 수준으로 증가할 만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재 수출 비중은 10% 정도다. 김 대표는 "최근 타결된 한ㆍ미,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창원 = 용환진 기자]